일월호반에서

일 월 호 (日 月 湖 ) 이야기

 

내가 봉직하던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 캠퍼스는 1979년에 서울 명륜동에서 수원 교외로 이전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전철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통이 아주 불편했다. 하지만 일단 그곳에만 나가면 태고(太古)적부터의 시골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 그런데서 자란 나의 경우는 오랜만에 대해보는 흐뭇한 자연 환경 이였다. 아침에 출근해서 창문을 열면 주변의 솔밭으로부터 풍기는 송진 내음, 하늘 높이에서 들려오는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 바로 앞 풀밭에서는 꿩이 새끼들을 몰고 다니는 것을 볼 수가 있는 그런 곳이었다. 거기다 멀지 않은 곳에는 일월호 라는 호수가 있었는데 그 호수는 언제나 역광으로 어른거리고 있었다

 

나는 연구실에서의 공부가 골치 아플 때에는 으레 그 호반으로 산책을 나가곤 했다. 애용하던 카메라 한 대를 지니고 그 곳에만 나가면 자연환경도 아름다웠지만 잠자리 메뚜기에서부터, 기러기, 황새, 이름 모를 물새들까지 자연의 박물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 나에게는 이곳이 바로 이 지상의 유토피아였던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전철역이 생기고 나니 그 주변은 급속도로 도시화 되여 갔다. 그리고 그 일대는 마치 미국의 서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북적거렸으며 드디어는 고층 아파트촌이 호수 주변까지 다가오는 것이었다. 결국 그토록 아름답던 호수는 아파트사이의 초라한 오수 받이 웅덩이로 변해 버렸다. 그런데도 그 곳 사람들은 개발이 빨라 지가(地價)도 많이 오르고 주거환경, 교통 모든 면에서 사람 사는 동네 같이 되었다고 좋아했다.

 

우리가 우리의 후손들에게 잘 가꾸어진 편리한 지구를 물려주는 것이 "선"이겠는지, 아니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지구를 남겨주는 것이 "선"이겠는지를 이 호수가 깊이 깊이 생각케 한다.

 

冠岳山기슭 鹿鳴齊에서

 

全夢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