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둔치
나는 내 고장 서울(1996-1999) 사진 집을 찍으면서 세기 말이란 정해 놓았던 시간에 쫓기어 여러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긴 채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언젠가 시간이 나면 그런 것들을 느긋하게 보완을 해 볼 생각은 하고 있었다. 특히 우리 서울의 한 복판을 흐르는 한강에 대해서 더욱 그런 생각을 지니고 지내 왔다. 그것은 아직도 가 볼 수가 없는 북쪽에 두고 온 내가 자란 산간 오지의 추억들이 오늘의 한강 둔치와 오버랩 되어 있는데서 오는 진한 향수인 듯 싶다. 우리의 한강 둔치! 그곳에는 정원같이 잘 가꾸어진 곳도 많았으나 그런 곳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며 자연 그대로 방치된 갖가지 야생화가 우거진 잡초 밭이라던가 밀이나 보리밭, 그런데서나 볼 수 있었던 나비, 잠자리, 제비나 참새, 박새나 뻐꾸기 그런 것을 만날 때는 내 가슴은 설레게 마련이었다.
새가 많아서 인지 하늘에는 가끔 새 매까지 배회하고 있었다. 거기다 겨울철이 되면 밤섬 같은 곳에는 기러기, 가창오리, 저어새나 고니 등 갖가지 철새들도 날아든다. 시베리아 등 그 먼 북쪽에서 온다는데 어떻게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잊지 않고 찾아오는지... 그것도 지금의 밤섬은 원래 그 면적이 58,000m2나 되던 것이 1968년 여의도 윤중제 축조를 위해 토석으로 채취되다 남은 잔여분이 아닌가. 철새들이 그런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잊지 않고 찾아주고 있으니 고마울 뿐이다.
과거 우리의 모든 국가적인 공사들은 빨리빨리 식에만 절대가치를 두고 이루어져왔었다. 그래서 여기서도 밤섬 문제 뿐 만 아니라 한강 둔치의 종합개발 계획이나 시공 자체가 그 당시 88올림픽이나 86아세안게임을 위해 급조된 계획시공이어서 전문가들로부터 갖가지 비평을 완공 직후부터 들어왔다. 특히 모든 계획이나 공사가 생태계나 자연환경을 도외시하여 환경친화적인 설계 시공이 결여되었다는 점과 우리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가 없는 점 등이 주로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비록 처음부터 완전한 설계 시공은 되지 못하였더라도 단 한 평의 토지가 귀한 번잡한 서울 시내를 생각할 때 하루라도 빨리 서울 한복판에 이런 여유로운 공간을 가질 수가 있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볼 때 차선책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울시에서 이러한 여러 결함들을 연차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곳에는 현재 잠실에서 김포까지 연결된 자전거나 롤러 스케이트를 위한 전용도로가 있고, 축구, 농구장, 테니스 코트, 수영장, 거기다 수상 운동 시설로서는 요트나 윈드서핑, 수상 스키나 모터 보트를 위한 계류장은 물론 일반 시민을 위한 유람선 계류장도 여러 곳에 마련되어 있다.
나는 작년(2001년)부터 이 곳을 반포 지구부터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남현동에서는 차로 20분 거리이다. 물론 앞으로는 더 먼 구간까지 촬영 범위를 넓혀갈 생각이며 좋은 사진이 나오는대로 이 사이트를 불려나갈 생각이다. 여러분들의 성원을 기대한다.